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
TWR Korea 북방선교방송

내게 있어 중국은 별로 방문하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모니터하러 중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거부감과 두려움부터 앞섰다.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나? 국내에서도 모니터 할 수 있는데 꼭 중국에 가서 들어야만 하나?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강권하셔서 가기로 결정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온 순간, 온통 빨간색 장식들이 눈에 들어와 중국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무심히 주변을 살피는 중에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땅의 풍경이 보였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이 땅도 내가 사랑하는 땅이며 이 사람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란다.’ 그때부터 거부감이 사라지며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을 기대하게 되었다.

OO시에 도착하고 자매님들을 만나 식당으로 이동했다. 밝게 인사하며 맞아주시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 안에서 한 자매요 형제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기도가 절로 나왔다. 가져다 전해준 성경 교재와 신앙 자료들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영적인 갈급함을 볼 수 있었다. 한 자매는 말씀을 묵상하며 궁금했던 점이라며 ‘하나님의 경륜’이 무엇인지 물었다. 신앙 생활이 자유롭지 않은 곳에서도 뜨겁게 하나님을 알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동시에 교회에서 나에게 베풀어주시던 모든 분들이 생각나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아낌없이 주는 나라이며 받는 자에서 주는 자로 성장케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손수 준비한 건 작은 화장품이 전부였지만 직접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짧지만 뜨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만남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했다. 차 안에서 소망의 메아리 방송을 모니터했다. 소망의 여인들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참 깨끗하고 선명하게 잘 들려서 감사했다.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편집했던 일도 생각나고, 담당 간사님이 소망의 메아리 방송 편성하시던 일도 생각나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하고 전할 수 있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국경지역으로 이동했다. 북한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압록강 앞에 숙소를 잡았다. 이어진 다리 하나와 끊어진 다리 하나가 보였다. 이어진 다리로 연신 차들이 오고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다고 들었는데 교류가 재개된 모양이었다. 끊어진 다리 끝까지 갔다. 저 너머 마을이 보였다.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직접 갈 수 없는 그곳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화려한 중국과 어두운 북한의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북한은 국경을 비추는 불빛과 고층빌딩 창문에서 비치는 몇몇 불빛 외에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압록강변을 걸으며 모니터하는데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방송을 만들게 하시고, 송출하게 하시고, 중국까지 보내셨다는 믿음으로 기도하며 들었다.

시편 19편 3-4절 말씀으로 후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모니터하는 내내, 중국 땅을 걷는 내내, 북한을 바라보는 내내 이 말씀이 생각났다. 하나님의 말씀을 합법적으로, 공개적으로 들을 수 없는 이 곳에서도 하나님은 단파 방송을 통해 말씀하고 계셨다. 이번 중국 현지 방문이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