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사회 전역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선교 현장에 치명적인 어려움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역으로 전환되는 계기도 만들고 있습니다.
남한 성도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며, 만나서 교제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듯합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마음을 정보 기술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보내는 라디오 방송이 그렇습니다. 선교사가 갈 수 없는 그곳에 라디오 방송은 갈 수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이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변화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아직은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뭐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일지 형식으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러나 커다란 변화가 분명한 지금의 이 상황을 경험하는 현실적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
TWR Korea 북방선교방송

TWR 북방선교방송은 단파 라디오 방송으로 북한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초교파 미디어 선교 단체이다. 매일 밤 10시 15분부터 2시간씩 북한으로 방송을 보낸다. 방송을 듣기 위한 라디오도 보낸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는 원격양육 사역을 시작했다. 원격양육이란, 선교사가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의 탈북민들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목양적 온라인 만남을 가지며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서 하나님을 알고 신실한 신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역이다. 그렇기에 북한도 남한도 아닌 제3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다.


드디어 원격양육팀의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그동안의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 흩어진 탈북자들, 선교사가 갈 수 없는 곳에,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하는 이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데 마땅히 도울 길을 찾지 못했었다. 두어 번 시도를 해 보았지만 마땅한 일꾼이 없어서, 재정이 없어서 미뤄왔었다. 올해 초에 상황이 바뀌었다. 늘 그렇듯이 하나님께서 일을 시작하시면 한순간 모든 장벽이 허물어진다. 그렇게 애를 쓰며 찾아도 찾지 못했던 일꾼을 갑자기 만나게 하신다. 더불어 후원자도 붙여주신다. 먼저 사역의 필요를 보게 하신 이후에 하나님께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하신 것은 아마도 일을 맡아 진행해야 하는 사람에게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기대에 가득한 마음으로 마지막 확인을 위해 현장 방문 여행을 다녀왔다. 후원을 약속한 기관의 관계자도 동행했다. 매일 10시간이 넘게 운전을 하며 근 일주일을 보냈다. 기대보다 큰 감동을 주셨다. 우리가 계획한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여행에 참가한 모든 관계자가 확인했다. 더 이상 미룰 이유를 찾지 못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기뻤다.

현지를 떠나 귀국 길에 현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동차 렌터카 회사에서 연락이 왔단다. 과속 교통 딱지가 여러 장 나와서 벌금을 내야 한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넓은 땅을 짧은 기간에 다니려다 보니 규정 속도를 지키지 못했다. 이 정도는 하나님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한 건의 사고 없이 여행이 마무리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모두가 처음 하는 일이라 갑론을박이 있었다. 4명의 사역자가 확정되었다. 그중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끼리 두 명씩 짝을 이뤄 두 팀으로 나누었다. 얼마나 자주 개인 연락을 취할 것인지, 주일 예배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양육을 위한 교재는 무엇을 사용할 것인지, 어느 시간대에 원격 만남을 진행할 것인지, 현장에 추가로 필요한 장비는 무엇인지 등등 세세한 부분까지 할 수 있는 대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다. 다들 기대에 차 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걱정도 한가득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수년 동안 탈북자들을 도우며 만나왔지만 이렇게 원격 만남을 주요 수단으로 하는 양육 사역은 처음이라 어떤 변수가 어려움을 만들어 낼지 긴장하는 눈치였다.

처음 3개월 동안은 배움의 기간으로 잡았다. 우리도 배우고 현장의 탈북자도 배울 것이 많다. 주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할 앱의 사용법도 배우고,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신뢰를 쌓는 법도 배우고, 지금까지와는 수준의 세심함이 이제 필요하다.

첫 주, 둘째 주 사역을 진행하고 긴급 모임을 다시 가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사역자들부터 당황한 눈치였다. 처음 삼 개월 동안 배움의 기간임을 다시 한번 사역자들에게 상기시켰다. 기대와 다른 현실에 적잖이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지금 해야할 일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역자가 먼저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 사용법을 정확히 익힐 것, 모든 탈북자와 주 중에 반드시 연락하여 앱 설치와 사용법 안내를 마무리할 것, 기타 다른 관심사와 처리해야 할 것들은 일단 다음 달로 미루어 둘 것, 예배 시 각 팀의 사역자는 역할을 둘로 나누어 진행할 것. 일정한 장소에서 모임을 진행할 것. 너무 하다 싶을 만큼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다시 점검을 했다.

4주차를 마치고 월말 결산을 했다. 중간 결산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여전히 정비해야 할 부분이 여럿 있다고 모든 사역자가 동의했지만, 의욕이 넘쳤다. 그리고 한 가지 요구 사항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통신으로 관계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일정을 잡아 각자 담당하고 있는 지역으로 방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갑자기 우리가 사용하는 원격 양육 도구를 한국의 거의 모든 교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유의 사태로 갑론을박하면서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코로나19가 폭풍을 몰고 왔다. 이동이 제한되었다. 국내와 국외가 모두 막혔다. 예정했던 현장 방문을 5월 즈음으로 연기했다. 형제들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로이 지내는 일상에 기다리던 만남이 뒤로 미뤄졌다는 소식에 실망한 얼굴과 목소리가 마음 한구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역자들과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 형제들의 어려운 현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해줄 수 있는 것이 같이 기도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라 더 힘들단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대부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동이 금지되면서 형제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더 힘들어졌다. 형제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서인지 뇌출혈 사고가 높은 비중으로 발생한다. 왜 안 그렇겠나? 언제 행정 절차가 끝나서 한국으로 올지 아무도 확답해 줄 수 없으니 그저 잘 될 거라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막연한 기다림의 연속이니… 

3월과 4월 예정했던 사역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한국 교회 예배당에서 예배와 성경공부, 기도모임 등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주일예배 이외의 모든 모임이 우선 취소되었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팀에서 제안을 해왔다. 암 투병 경험이 있는 사역자가 중국 현지에서 사역하며 죽음의 공포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한 지역 사람들에게 보내는 특별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단다. 우선 6개의 원고를 보내왔다. 한국어로 만들어 방송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요청해 왔다. 제작부 책임자에게 원고를 넘기고 나도 살펴보았다. 소망과 평안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내용은 좋은데 문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월에 마침 새로운 사역을 시작했고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쉽지만 적어도 한 가지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녹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다. 2층 세입자(공부방), 신문사 기자가 연락- 인터뷰- 방송 사역이 관심을 받다.

월요일 출근길이 막혔다. 뉴스 보도에 등장한 신천지 공부방 중 한 곳이 우리가 세 들어 있는 건물 2층인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긴급히 건물 전체를 방역조치했고, 서울시에서 2층 입구를 봉쇄했다. 건물이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간 출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간사가 재택근무를 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것이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미처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긴급히 예정되어 있던 녹음 진행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우선 일주일만 시간을 미루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많은 회사가 재택 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출근을 해야 한다. 녹음과 편집을 위해서 스튜디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사무실에서 긴급히 집에 임시 스튜디오를 설치하는 안내문을 보내왔다. 자신이 녹음을 할 수 있는 진행자를 위한 긴급조치가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음질의 저하는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중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TV 프로그램들이 재방송이나 특별 편집본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당황한 기색과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까지는 불안하지만 버틸만하다. 

5월 사역 일정도 모두 취소되었다. 몇 주를 내다보며 일정을 계획하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 방송인데, 지금은 2주 앞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과 연락하며 일정을 계획해 보지만 여전히 확정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정되었던 일정이 취소되면서 오히려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지난달에 미뤄두었던 특집 프로그램을 지금 제작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이 길게 갈 것 같다. 지금 만들기 시작해서 방송을 보내도 북한에는 유용한 내용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 간사들과 녹음과 방송 일정을 확인한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마음을 모아서 예정된 일정을 따라 방송을 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 고맙다.


염려하던 상황이 찾아왔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진행자 몇 명이 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간 자가격리되었단다. 녹음을 진행할 방법이 없다. 여유 프로그램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 방송을 듣기만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2시간씩 매일 방송을 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잘 모른다. 기획과 원고 작성까지 감안하면 방송시간의 20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에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미리미리 만들어 둔 것들이 있어서 지난 한 달 반 동안 긴급 상황을 잘 대처해 왔다. 이제는 재방송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별한 목적 없이 단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해서 재방송을 하는 것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청중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고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프로그램은 재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낯선 전화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기독교 신문사 기자인데 인터뷰를 하고 싶단다. 여러 행사가 취소되면서 기삿거리가 떨어져서 새로운 기삿거리를 찾다가 북방선교방송을 알게 되었단다. 대부분 대형교회가 온라인으로 주일 예배를 진행하면서 남한 사람들도 자기 집에서, 혼자 인터넷 영상 서비스로 예배에 참석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 방송으로 복음을 전하는 상황을 알리면 좋겠단다. 적극 환영이다. 일주일간의 준비 기간을 가지고 만났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보니 준비를 꽤 잘해왔다. 그래서 그랬는지 짧게 계획했던 인터뷰를 3시간이 넘게 했다. 단편으로 내보려던 기자도 내용이 좋다며 3편으로 나누어 연재하자고 했다. 지난 두 달 사역 소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는데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역시 하나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라디오를 한 대도 보내지 못했다. 북한은 2월 초에 국경을 봉쇄했다. 해외에서 들어간 주민도 40일을 완전히 격리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게 했단다. 의료시설과 시스템이 부족하기에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격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을 원격으로 양육하는 사역을 시작한 지 오 개월에 접어들었다. 사역자들도 이제는 자리가 잡혔다. 주 중에 한 번씩 형제들과 일대일로 연결해서 안부도 묻고 신앙도 권유한다. 주일에는 여러 곳에 흩어진 형제들을 하나로 묶어서 예배를 드린다. 좋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탈북자가 쉼터에 들어왔는데 워낙 경계가 심했다. 3개월여를 지켜만 보고 연락을 원치 않았었다. 매주 쉬지 않고 꾸준히 연결하여 예배드리는 모습과 예배 때 전하는 말씀에 서서히 마음이 열렸단다. 자진해서 같은 쉼터에 있는 탈북자에게 이야기해서 연락처를 알려왔다. 아직은 하나님을 믿지는 않지만 더 알고 싶다고 했다. 직접 만나지 않고 원격 만남을 통한 사역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던 의심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북한의 청중 소식을 듣지 못한 지가 벌써 육 개월이 넘었다. 매일 방송을 보내지만 청중이 소식을 전해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과연 우리 방송을 지금도 듣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요즘 방송은 쌍방향 소통을 한다. 시청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방송에 참여하기도 한다. 북한으로 보내는 방송은 여전히 일방적이다. 큰 믿음이 필요하다. 라디오 방송은 매일 청중을 향해 방송을 보내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청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도 고립된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하는 사명으로 오늘도 방송을 보낸다.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다시 시작했다. 주일 예배 설교 요청을 받았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시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고 한다. 교회가 사용하는 에배 장소가 학교 체육관이라 교육부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단다.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초대에 응했다. 텅 빈 체육관 예배 진행을 위해 함께 하는 1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일 당 백이라 여기며 말씀을 전했다. 각 가정에서 예배에 참여하는 자들의 마음이 라디오를 들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북한의 청중과 같으리라. 결론 부분을 이야기하다가 그만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창립 20주년 행사를 준비하며 하나님께서 나에게 확인해 주신 내용을 고백할 때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 몇 번을 다짐했는데도 그게 잘 안된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하나님의 백성, 구원하기 원하시는 자들이 저곳에 살고 있으니 그들에게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해줄 자를 하나님은 지금도 찾고 계신다. 라디오 방송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곧 상반기 사역 결산을 한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북한 청중의 상황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다른 북한 선교 사역이 곧 재개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응급 상황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간사들과 마음과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한다. 함께 하는 동역자가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