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iting – 기다림은 멈춤이 아닙니다
동네에 손님이 많은 돈까스집이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늘 가게 앞에 긴 줄이 섭니다. 그 집에서 밥을 먹으려면 가게 앞에 서서 한참이나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대기표 제도가 생겼습니다. 번호를 받아두면 계속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근처에서 할 일을 보다가 차례가 되었을 때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차례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는 기다림을 싫어합니다. 신호등 앞의 30초도 길게 느껴지고, 인터넷이 3초만 느려도 답답해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다림이 똑같이 힘든 건 아닙니다. 정말 가치 있는 것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맛있는 한 끼를 위해 기다리고,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기다립니다. 결국 기다림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다림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내 앞에서 재료가 소진되기도 하고, 차례가 가까워지는 것 같았는데 더 이상 대기줄이 줄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사람은 지칩니다. 지치면 포기하고, 포기하면 다른 것을 찾습니다.
2026년 6월, 6·25전쟁 발발 76년을 맞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시작된 분단은 어느덧 80년을 넘어섰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곧 다시 만나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림이 길어져 세대가 바뀌며 이제는 분단이 마치 당연한 현실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어떤 이들은 지쳤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고, 어떤 이들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통일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물론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회복의 날을 허락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려야 할 것은 단지 하나의 정치적 사건이나 제도적 변화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기다려야 하고, 동시에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 땅과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가 아닙니다. 대기표를 받았다고 해서 기다림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기다리는 방식이 달라질 뿐입니다. 그 자리에 묶여 있지 않아도, 자기 차례를 기억하며 해야 할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의 기다림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손을 놓고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을 기억하며 오늘 해야 할 순종을 행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기다림은 늘 믿음의 행동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약속을 기다리며 길을 떠났고, 초대교회는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믿음의 기다림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실 일을 바라보며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감당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오늘 북한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문이 열리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언젠가 안전해지면 그때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늘 닫힌 문 앞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사람은 갈 수 없어도 전파는 갈 수 있고, 만날 수 없어도 복음은 전해집니다. 우리가 그저 기다리는 지금도 북한의 누군가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복음을 들어야 합니다.
맛집 앞의 기다림은 내 차례가 오면 끝납니다. 그러나 선교의 기다림은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복음이 닿도록 함께 길을 여는 시간입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길기에 더 분명히 행동해야 합니다. 분단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손을 놓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뜻입니다.
6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며, 동시에 복음을 자유롭게 들을 수 없는 북한의 영혼들을 생각합니다. 막연히 통일을 기다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북한선교의 한 걸음을 시작해야 합니다.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시기에 우리도 오늘 다시 복음을 보내야 합니다. 기다림의 자리에서, 그러나 멈추지 않는 믿음으로.
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
2026년 6월 10일
이김 대표(TWR Korea 북방선교방송)